"칭화대 경제과목 80%는 영어로 수업중"
[조선일보 09-10-31 베이징=최유식 특파원 finder@chosun.com]
구빙린 총장, 백성기 포스텍 총장 만나 '아시아 대학 국제화' 강조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21세기의 대학에 태평양은 더 이상 큰 바다가 아니다. 우리가 한 배를 타고 함께 건너가는 호수이다."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꼽히는 칭화(淸華)대의 구빙린(顧秉林·64) 총장은 30일 베이징 사무소 개설차 중국을 방문한 백성기(白聖基) 포스텍 총장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양국 이공계 대학을 대표하는 두 대학 총장들의 주 관심사는 아시아 대학의 국제화. 연구 성과 측면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최고 대학에 못지않은데도 우수 대학 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국제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30일 백성기 포스텍(포항공과대) 총장(왼쪽)이 칭화대 총장실에서 구빙린(顧秉林) 총장과 상호 협력을 다짐하며 악수하고 있다. 백 총장이 구 총장에게 건네주는 물건은 포스텍 엠블럼이 찍혀 있는 기념패./연합뉴스
구 총장은 국제화를 위한 칭화대의 노력과 관련, "중국어 외에 영어 강의를 병행해, 경제 분야는 이미 80% 정도가 영어로 강의한다. 앞으로 영어 강의 전면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칭화대 학생의 30%가량이 단기유학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해외 유학 경험을 갖고 있고, 2만5000여명의 전체 학생 중 10%가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칭화대를 비롯한 국내 39개 우수 대학 학생을 매년 5000명씩 6개월~4년 기한으로 해외로 유학 보내는 '985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 총장은 "보수파들이 왜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하느냐고 반발하지만, 21세기 대학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텍의 백 총장도 "포스텍은 올해부터 대학원 과정은 100% 영어로 강의하고, 내년에는 대학 3~4학년 과정에도 100% 영어 강의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칭화대 학생들이 포스텍에 와 공부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칭화대는 또 자체 연구 기술을 토대로 창업한 60여개 기업을 거느린 주식회사이기도 하다. 분야도 정보기술·에너지·생명공학에서부터 환경·보안기술·나노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칭화대 계열 기업들의 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는 작년 매출액이 약 300억위안(5조2000억원)에 달했으며, 해마다 수십억위안의 배당금을 칭화대에 지급하고 있다.
구 총장은 이런 연구 기술의 사업화에 대해 "이공계 중심대학인 칭화대는 연구 성과를 어떻게 사회에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중국 기업은 아직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아 우리 스스로 구현하는 게 합당하다고 봤고, 그것이 기업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사업화의 장점으로 "교수들이 연구 과정에서 산업체와 유기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어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학생 교육에도 반영돼 교육과 연구의 수준까지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칭화대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격),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 등 현직 최고 지도부를 비롯한 중국의 엘리트 지도자를 다수 배출했다. 올해 더타임스·QS 세계 대학 평가에서 49위로 중국 대학 중 유일하게 50위권에 들었다. 구 총장은 칭화대 물리학과와 덴마크 오르후스대학을 거친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03년부터 칭화대 총장을 맡고 있다.
한편, 포스텍은 이날 오후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서 베이징 사무소 개소식을 했다. 백 총장은 개소식에서 "베이징 사무소를 통해 급성장하는 중국 대학과 교류를 확대하고, 중국의 인재도 국내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