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이 2004년부터 유지해 온 긴축 기조를 포기하고, 경기 부양 쪽으로 완전 선회했다.
중국 정부는 9일, 향후 2년간 작년 GDP(국내총생산)의 약 18%에 해당하는 4조 위안(780조원·5880억달러)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재정투입과 통화확대를 통해 내수(內需)와 민생, 경제의 비교적 빠른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물론 증시 부양과 감세 등을 동원한 '전방위적(全方位的) 돈 풀기'로 식어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성장률 8% 지키기
중국이 '안정' 위주에서 '성장' 중시로 180도 U턴한 것은 경제 상황이 그만큼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은 9일 브라질에서 열린 G20(G7+신흥개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을 8~9%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도 8%대인 8.1%로 예상했지만, 프랑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5.5%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올 들어 남부 광둥(廣東)성에서만 중소기업 3만여 개가 도산하는 등 중국 제조업 경기는 2004년 이후 최대의 침체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실업발생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인 '성장률 8%'를 고수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불안이 증대될 수 있다는 중국 공산당 내부의 판단도 정책 전환의 배경이 됐으리라는 관측이다.
◆중국판 뉴딜… 전방위 돈 풀기
중국 정부의 처방전은 SOC 투자확대와 내수기반 확충이다. 특히 10월부터 1개월여 만에 이미 11개 노선의 철도공사가 시작됐다. '중국판 뉴딜정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2조 위안(2010년까지 1조2000억 위안)을 투입해 150개 철도노선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중국이 9일 발표한 경기부양책에는 ▲매년 기업 부가세 감세 1200억 위안 ▲농촌 등 시설 투자 4000억 위안 ▲쓰촨(四川)성 지진피해 복구비 200억 위안 등이 포함된다.
중국은 이와 별도로 증시안정기금으로 최대 8000억 위안을 투입하고, 대만과 경제무역강화협정(관세철폐 등)을 추진해 수출 기업 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홍콩 문회보(文匯報)가 10일 보도했다.
◆시장반응 긍정적… 금리인하도 계속될 듯
10일 상하이(上海) 종합지수가 7% 넘게 폭등하고,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등하면서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제적 분석기관들도 "멀리 중남미까지 세계 곳곳에 파급효과를 낼 만큼 중국이 크게 한 건 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에선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중국의 경기부양 기조도 3~5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내년까지 1%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반(半)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