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문 여는 중(中)•대만 '신(新)밀월시대'
59년만의 '國共 영수회담'
中, 대만 WHO 가입에 유연
대만 독립대신 경제실익 챙겨
조선일보 2008-06-02
"59년 만의 국공(國共•대만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영수회담으로 양안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우보슝(吳伯雄•사진 왼쪽) 대만 국민당 주석 일행이 5박6일(5월 26~31일)간의 중국 대륙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자 대만과 홍콩의 언론들이 일제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도 우 주석 일행의 방중 성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원만하고 성공적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번 방중에서는 특히 우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의 회담이 중요했다. 양당 대표가 얼굴을 마주한 것은 1949년 이후 59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 자리에서 두 당수가 ▲상호 신뢰 증진 ▲분쟁 해소 ▲상호 차이 인정 ▲상호 윈윈 분위기 조성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회담 재개 등 5개항을 합의하자 중국 관영 CCTV는 회담 장면을 전국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대만측은 중국의 태도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후 주석이 종전의 태도를 바꿔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가입을 반대하지 않겠다. 대만 동포의 국제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대만의 WHO 가입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대만의 독자적인 국제기구 가입을 일관되게 반대해온 중국의 기존 입장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두 당수의 원칙적인 합의 내용은 이달 11~14일에 열릴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海協會)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海基會) 간 협상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해협회는 형식상으로는 민간기구지만 중국 정부를 대신하고 있고, 해기회도 대만 정부를 사실상 대표하는 반관(半官) 기구다. 양측은 지금까지 상대방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접촉을 위해 이런 편의상 기구를 운영해왔다.
양안 간 주말 전세기의 첫 취항은 7월 4일로 사실상 확정된 단계다. 따라서 해협회•해기회 회담에서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난징(南京), 샤먼(厦門) 등 중국 5개 도시와 대만 도시들 사이에 주말 전세기를 몇 편이나 운항하고 몇 명이나 운송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될 예정이다.
양측 수뇌부의 교류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후 주석은 2일 대만의 유력 기업인과 상공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8월 8일 올림픽 개막식에는 우보슝 주석과 롄잔(連戰) 전 주석 등 국민당 수뇌부를 초청했다. 9~10월에는 판다 두 쌍도 대만에 보낼 예정이다. 대만도 올림픽 개막식 초대에 응하기로 했고, 10월에는 국공 양당 경제무역회의를 대만에서 유치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은 '대만의 독립 유예'라는 정치적인 실리를 얻고, 대만은 기업인들의 중국진출 확대 등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양안 간 화해 분위기를 중국에 진출한 대만의 기업들이 반기고 있다고 대만 연합보(聯合報)는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