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발 빠른 대(對) 아시아외교 행보가 돋보인다. 일본과의 외교훈풍 시대에 돌입한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올해 연말까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5번이나 만나는 외교일정을 짜놓았다. 중국은 대만과는 지난 1999년 중단됐던 양안간 공식 대화를 9년만에 재개한다.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은 10일 일본 언론 보도를 인용해 “후 주석이 올해 안에 일본을 두 번 방문하고 후쿠다 총리를 5번 만나는(兩抵日本 五會福田) 보기 드문 정상외교 활동을 하게 됐다”면서 “이 같은 정상외교로 두 대국(大國)의 관계가 더욱 화기애애하고 더욱 돈독히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오는 7월 후 주석은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후 주석은 이어 ‘G8+발전도상국’ 지도자회의 참석 차 재차 일본 땅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두 차례의 일본 방문을 통해 두 나라 정상은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을 벌일 전망이다.
이어 8월에는 베이징(北京)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는 후쿠다 총리와 후 주석이 별도의 만남을 연다. 또 10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와 11월 페루 리마에서 열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때도 양국 정상은 나란히 참석해 회담을 열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의 국제정치 분석가들은 “후 주석이 G8정상회담을 통해 ‘포스트 도쿄의정서시대’의 국제신질서 수립에 역할을 하고 이어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국가적 자부심을 전세계에 알리게 될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양국 정상의 계속되는 악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일본과는 잇달은 정상회담을 통해 포옹전략을 구사하고 대만과는 9년만의 양안 교류협력을 위한 공식대화를 개시하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나섰다.
대만 등 중화권 언론들은 9일 장빙쿤(江丙坤)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 이사장이 11일 베이징을 방문해 13일까지 머무르면서 천윈린(陳雲林)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회장과 회담한다고 보도했다. 해기회와 해협회는 각각 대만과 중국의 공식적인 양안 교류협력단체이며 중국측 해기회 이사장은 장관급이다.
양안 공식 대화 재개는 최근 중국과 대만 고위급 인사들의 접촉이 이어지는 가운데 9년만에 재개되는 것이어서 특별히 주목된다. 장 이사장은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와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안은 해협회와 해기회 수석대표 회담 등을 통해 주말 직항전세기 운항과 중국인의 대만관광 해금 문제 등을 의제로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양안은 7월4일부터 주말 직항전세기 운항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안 공식대화는 대만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시절인 지난 1993년 시작됐다가 1999년 리 총통이 ‘양안은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는 ‘2국론’을 천명하면서 ‘하나의중국’을 주창해온 중국측이 반발해 중단됐었다. 특히 2000년 이후 대만 독립노선을 걸어온 천수이볜(陳水扁)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안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다가 이번에 중국에 우호적인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취임하면서 반전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