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시내를 한 바퀴 도는 베이쓰환(北四環) 순환도로를 달리다 보니 거대한 경기장이 보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폐회식과 육상·축구 결승 경기장소로 쓰일 메인스타디움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이다.
거대한 철제 새둥지 같은 경기장을 배경삼아 연방 사진을 찍는 한 남자에게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맞느냐”고 물었다. 국보라도 소개하는 듯 남자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냐오차오(鳥巢·새둥지·Bird’s Nest)다.”
#서울올림픽공원의 8배
냐오차오는 무엇이든 크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중국의 경기장답다. 9만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주변은 주·정차가 금지된 곳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모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에 잠시 차를 세우고 둘러보기로 했다.
카메라를 가방에서 막 꺼내려는 순간 ‘딱지’라도 끊을 기세로 다가오는 공안 2명을 발견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하지만 공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방인을 지나쳤다. 주·정차를 하고 경기장을 배경삼아 추억을 남기는 사람이 얼핏 보기에도 수백명이기 때문이다.
35억위안(약 4965억원)을 들여 공사 52개월 만에 만들었다는 냐오차오. 왜 새둥지 모양으로 경기장을 만들었을까. 칭화 따쉬에(淸華大學)에 다닌다는 차오페이라는 대학생은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상징하는 둥지로 인류 미래의 희망을 감싸 안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건축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서울에 가서 본 경기장보다 훨씬 크다”고 자랑했다. 냐오차오가 들어선 올림픽그린의 규모는 서울올림픽공원의 8배다.
건축배경만 심오한 게 아니다. 모든 구조물이 두께 11㎝나 되는 강철로 이뤄진 냐오차오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베이징 정중앙에 있는 톈안먼(天安門)부터 북쪽으로 꾸꿍(故宮)과 징산 꽁위엔(景山公園)·구러우(鼓樓)·종러우(鐘樓)가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용맥((龍脈)의 최북단에 경기장이 세워졌다.
#베이징의 ‘뉴타운’?
인파로 북적이는 냐오차오 주변.
중국 정부는 올림픽을 통해 개혁·개방 30년의 발전상을 뽐낼 계획이다. 이 때문에 누가 봐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올림픽 시설을 화려하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인류 미래의 희망을 감싸 안는다는 냐오차오의 탄생을 위해 원주민인 빈민가 사람은 베이징 외곽으로 쫓겨났다.
150만명 정도의 주민이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받고 거리로 내몰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관광 가이드를 하느라 중국에서 산 지 3년이 넘었다는 한 한국인은 올림픽이 끝난 뒤 일반에 분양될 선수촌 아파트를 가리키며 “냐오차오 등 올림픽 시설을 위해 동네 30개가 없어졌다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수정(水晶)
박태환의 경기가 펼쳐질 국가수영센터 워터큐브.
냐오차오 맞은편에는 저녁 7시가 넘으면 파란색 조명이 켜지는 수영장이 있다.
박태환이 ‘금빛물살’을 가를 국가수영센터, 일명 워터큐브다.
태양열 에너지로 수영장에 열을 제공하는 워터큐브의 직육면체 외관은 둥근 물방울 입자로 장식이 된 독특한 외양을 뽐낸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는 “중국의 전통철학인 둥근 하늘과 네모난 땅의 조화를 뜻한다”고 소개했다.
워터큐브 뒤에는 중국 전통부채 모양에 체육관 디자인을 접목한 국가체육관이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감동을 재현할 한국 핸드볼대표팀의 경기가 열릴 곳이다. 바로 뒤에는 여자펜싱 남현희가 금메달 사냥에 나설 펜싱홀이 있다. 빗물을 재활용하고 오목거울식 지붕으로 빛을 모아 에너지를 절약하는 경기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