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史 연구자 티모시 브룩 교수
"오늘날의 중국은 중국 역사에서 보면 청(淸)나라와 가장 닮았습니다. 다른 정치사상들의 도전이나 충돌을 허락하지 않고, 소수 엘리트 집단이 거대한 영토를 다스리기 때문입니다."
저명한 중국사(中國史) 연구자인 티모시 브룩(Timothy Brook·59·사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세인트 존 칼리지 학장 겸 영국 옥스퍼드대 쇼 중국학 교수가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원장 김동순) 초청으로 방한했다. 브룩 교수는 중국 형벌의 역사를 살펴본 '능지처참'(너머북스)으로 '형벌과 고문의 비교사'라는 독특한 분야를 개척했고, '쾌락의 혼돈'(이산)에서 명(明)나라의 발달된 상업과 문화를 생동감 있게 복원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브룩 교수는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방법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면서 "현재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당(唐)나라만큼 세계화에 적극적이고, 사회적으로는 반란이 빈발했던 송(宋)나라보다 안정적이며, 문화적으로는 예술성을 꽃피웠던 명나라처럼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중앙집권에 집중했던 청나라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왕조가 형성될 때 초강대국이 되려는 의지가 강해서 주변국들을 위협했지만 안정기에 접어들면 주변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이미 자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더 이상 팽창할 필요가 없었고, 문화적 정체성이 강해져 주변 소수민족이 중국인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브룩 교수는 "중국은 앞으로 상당기간 성장 단계에 있기 때문에 정치적·경제적으로 제국의 지위를 점할 것이고 환경이나 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주변국들을 견제하고 통제하려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룩 교수는 또 "역사적으로 봤을 때 한국 같은 작은 나라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금융이나 무역에서 작은 변화에도 재빨리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오늘날 한국은 오랜 가난을 극복한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정치·문화·경제적으로 중국과 대등한 국가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다만 같은 민족인 북한과의 불안한 관계를 서둘러 해결하는 게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을 상대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