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만의 대학’ 비판 불구 ‘좁은 문’
중국 명문대의 최고경영자과정(EMBA)이 중국의 비즈니스 리더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기업인들은 세계화 시대의 생존전략과 새로운 경영 노하우를 EMBA에서 모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에서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베이징대와 칭화대, 상하이 중국유럽국제공상대 등의 EMBA 과정이 특히 인기”라며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중국의 대표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EMBA에 수강신청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CEO들은 새로운 경영기법 이외에도 다국적 기업과 어떻게 경쟁해야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의 ‘전략’을 배우는 기회로 EMBA 과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 중국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30여개 EMBA 코스가 개설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입학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칭화대 EMBA 과정에 다니고 있는 중국 최대 PC 메이커 롄샹의 최고운영자(COO) 리우 준이나 중국 최대 항공사인 중국남방항공의 리우 샤오용 회장은 EMBA 교과과정에 매우 만족해한다.
항공기 조종사 출신인 리우 회장은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를 넘어선 이후 항공여행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종업원 4만여명을 거느린 중국남방항공이 세계 항공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EMBA에 등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범퍼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지앙난MPT의 카오 케보 사장은 “상하이까지 자동차로 약 2시간 동안 달려와 다시 2시간 이상을 베이징으로 비행하는 방법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차례밖에 결석하지 않았다”며 “EMBA에서는 단지 경영기법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비전을 얻는다”고 흡족해했다.
중국 최대 치약 생산업체인 광시LMZ의 리앙 잉키 회장은 세계적 가정용품 메이커인 프록터앤드갬블(P&G), 콜게이트 등의 공격적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고심하다 지난 2002년 9월 칭화대 EMBA 코스에 등록한 경우다.
지난 1월 전 과정을 마친 리앙 회장은 “EMBA를 통해 다국적 기업의 저가 공세에 어떻게 맞설지에 관한 종합적인 경영전략을 습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앙 회장은 지난 1년 6개월간 매달 비행기로 1,900km 이상을 날아와 4일간의 수업을 듣고 돌아가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면서 “EMBA에서는 중국 내 다른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네트워킹도 가능하고 경쟁자의 전략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EMBA 과정에 만족한 이들 최고경영자는 중간관리자들에게도 수강신청을 하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EMBA 입학경쟁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칭화대 EMBA 입학경쟁률은 최근 2년 사이 2대1에서 4대1로 한층 치열해졌으며, 베이징대 역시 4대1의 관문을 통과해야 입학이 가능하다.
중국 EMBA에 대한 인기가 이처럼 높아지자 대학측도 적극적인 재정지원과 교수진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측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커리큘럼을 갖추기 위해 수시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교과과정 업그레이드를 위해 유명한 교수들을 적극 모셔오고 있다.
베이징대 EMBA를 관장하는 우창귀 교수는 “중국경제의 특성에 맞게 국유기업 민영화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수업을 진행시키고 있다”며 “학생들의 수요변화를 커리큘럼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문대 EMBA에 대해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입학등록금이 연간 25만∼29만위안(약 3만~3만5,000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 ‘부자들만의 대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업이 주로 주말에 이뤄지는 칭화대나 베이징대 EMBA 캠퍼스 주차장에서는 학생들이 타고 온 수많은 최고급 외제 승용차들이 쉽게 발견되곤 한다. 지금도 하루 1달러 미만의 생활비로 연명하는 중국인들이 수천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값비싼 EMBA는 도농간 빈부격차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