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노동력과 거대 시장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려온 중국이 첨단 하이테크로 산업구조 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1978년 12월 삼중전회(三中全會·중국공산당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중국적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선언하고 개혁과 개방에 나선 중국인민정부가 이제는 기초과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세계 최강대국 경쟁에 본격 나선 인상이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을 준비하겠다는 '다소 음험해' 보이기까지 한 중국의 야심, 그 정중앙에 북경 '중관촌과기원구(中關村科技園咎Zhongguancun Science Park)'가 있다.
중관촌은 헤이잔구(海淀區) 일대를 중심으로 북경시 전체에 걸쳐 7개 권역으로 나눠 지금도 개발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80년대 중반까지 교외의 전자상가가 산업의 거의 전부였지만, 대학과 국책연구소, 그리고 인민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력을 기반으로 정칟행정·문화의 중심인 북경이 중국 경제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관촌은 지금 IT 관련 R&D 기능이 탁월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한다.
청화대와 북경대 등 고등교육기관 39개,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등 국책연구기관 213개가 북경에 밀집해 있을 정도로 중관촌은 그 하부구조가 견고하다. 대학 재학생이 40만명 이상, 매년 졸업생만 10만명이 넘는다. 이를 통해 중관촌은 1988년 출범 당시 기업 수 500개에서 91년 1300개, 94년 5100개, 2000년 8200개, 2003년 1만개를 돌파했다.
렌썅(聯想), 팡쩡(方正), 용요우(用友), 센쪼우(神州) 디지털 등 중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업체가 중관촌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IBM, 모토로라 등 세계 500대 기업 1500개가 중관촌에 R&D 연구센터나 자회사를 설립했다.
특히 팡쩡, 센쪼우 등 다수의 기업은국립대학과 연구소가 기업에 60% 이상 투자해 설립, 인민정부의 뒷받침으로 대기업 규모로 성장한 '중국식 사회주의'의 전형적 산물이다.
인민정부가 뿌리가 되고 대학과 연구소가 자양분이 된 중관촌은 매년 30%의 고성장을 이어 가며 2003년 말 기준으로 총 매출액 규모가 인민폐로 2886억 4000만원(한화 43조원), 수출도 32억 9000만 달러에 달한다.
1만여개 기업 중 전자정보가 절반이 넘는 56.6%로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으며, 이어 선진 제조업 11.3%, 신재료 10.2%, 생물·의학 6.5%, 환경보호 2.6%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고용 인원도 지난 한 해 동안 8만 3000명이 늘어 현재 48만 9000명이 이 과학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관촌의 두려울 정도로 강력한 원동력은 과학인재들의 무한한 잠재력에 있다.
1999년 8월 청화대학과 인민정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청화과기원(Tsinghua Pioneer Park)이 그 핵심이다.
특히 2002년 12월 청화과기원 내에 설립된 청화 귀국 유학생 창업원은 해외유학 인재들에게 고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전폭적으로 제공한다.
청화대학이 설립한 청화과기원발전센터가 중심 역할을 하고, 인민정부 산하 중관촌 과기원위원회가 설립한 유학인원 창업서비스 본부가 업무개발과 발전을 지원하는 쌍두마차다.
이를 통해 현재 귀국유학생 5800여명이 중관촌으로 몰려 들었고, 청화창업원에만 146명 80개 기업이 창업돼 육성되고 있다.
이들 귀국 유학생에게는 세금 면제, 창업자금 및 중소기업지원자금 지원, 입주공간 무상 지원, 은행대출 우대, 고급 인력 배정, 법률·회계·관리 지원 등 전폭적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특히 적게는 2만 달러에서 많게는 2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되며 '하늘에서 별 따는 것'만큼 어렵다는 '북경호구권'(북경시민증)이 귀국 유학생과 그 가족에 부여된다.
매년 배출되는 수많은 이공계 대학 졸업생들과 미국·캐나다·영국·일본 등의 귀국 유학생 등 고급인재들이 중관촌을 미국 실리콘밸리와 견줄 만한 하이테크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에 거름을 주고 있는 셈이다.
2006년 완공을 목표로 헤이잔구 내에 139만㎡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국가소프트웨어산업기지(National Software Industry Base)'는 이 같은 중국의 야심을 여과없이 보여 주고 있다.
중관촌 핵심 부지에 건설되는 이 기지 내에는 이미 MS, 오라클, 시멘스, IBM, IONA 등 다국적 기업의 R&D 연구센터 22개를 비롯해 130개 기업이 입주를 완료했다.또 벤처 인큐베이터에도 귀국 유학생 창업기업 등 90개 기업이 이미 입주한 상태다.
현재 400여명의 다국적 연구원들과 1만∼1만 2000명의 공정사(최고 기술자)들이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06년 기지 조성이 완료되면 공정사 숫자는 3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중국과 북경시 정부는 수목이 우거진 이 단지 내에 최첨단 주거단지를 비롯해 오성급 호텔, 컨벤션센터는 물론 대규모 인공 호수, 미니 골프장, 스포츠·레저타운, 2개 국어 병용 학교 등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완벽한 'R&D 타운'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 기지 내에는 중관촌 내 기업에 공급될 고급 인력(공정사)을 양성할 중관촌소프트웨어교육센터와 기숙사가 각각 6000㎡와 1만㎡ 규모로 건설되고 있다.
국가소프트웨어전진기지는 2006년 1단계 조성이 완료되면 2007년부터 곧바로 2단계 조성에 들어간다. 가히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언스 파크가 북경에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청화과기원 수석메니저인 뤄쩌오(羅茁)씨는 "중국이 10년 안에 대만의 신죽과학공업원구를, 20년 내에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따라잡을 것이라던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