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 알아야 야반도주 피하죠
`중국 민사소송법` 펴낸 전대규 판사
[매일경제 08. 07. 19]
올해 들어 중국 노동법이 엄격해지자 칭다오 등에서는 한때 일부 기업들의 야반도주로 논란이 뜨거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대법원 장기해외연수법관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1년간 중국민사소송법을 연구하고 있는 전대규 판사는 중국의 특이한 사법제도에서 원인을 찾는다. 중국에서는 파산 신청 단계부터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 `서우리(受理)`라고 불리는 이 절차는 한국식으로는 접수와 비슷하지만 훨씬 강하다. 법원에서 파산 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아예 재판 절차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중국의 법원이나 검찰은 모두 지방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운영한다. 자연히 지방정부에 예속되기 마련. 지방정부로서는 정치적 타격을 우려해 법원에 파산 신청을 접수하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전대규 판사는 "기업인들이 중국의 사법제도는 물론이고 중국식 법률용어조차 잘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중국의 법만 제대로 알아도 야반도주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구체화해 `중국 민사소송법(박영사)`이란 책으로 엮어냈다. 사실 중국이 개혁ㆍ개방에 속도를 내면서 매년 제ㆍ개정되는 법률이 홍수를 이뤄 법체계 자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2002~2006년 5년 새 제ㆍ개정한 법률만 11만건이 넘을 정도다.
이 책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이론은 물론 소송절차ㆍ독촉ㆍ공시최고ㆍ집행 등 민사소송의 실무 전 분야를 심도 있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전 판사는 "특히 지난해 10월 28일 16년 만에 개정해 올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중국민사소송법도 담았다"고 소개했다.
책이 다소 두꺼운 게 부담이지만 내용이 풍부하다. 중국 민사법 체계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데다 법 해석상 난점도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다. 전 판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고, 중국 최고인민법원ㆍ인민검찰원 등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중국 현직 판검사들과 교류에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 판사는 "중국 법조문은 아주 간단하지만 조문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관련 시행규칙 등을 일일이 다 찾아 해설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종전에 실무에서만 운용되던 법관조리제도는 물론 배심ㆍ법관ㆍ변호사제도 등도 자세히 다뤘다. 실제 중국 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첨부한 것도 독특하다. 전 판사는 "한자도 번체자 대신 중국에서 실제로 쓰는 간체자를 넣었다"며 "있는 그대로 현행 중국 법체계에 적응해야 실무에서 쓰임새가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