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 안보에 신경을 쓰는 동안 중국이 이 지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지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정 불안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틈을 중국 기업들이 파고 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걸프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코흐 이사는 “걸프만 국가들과 중국간 경협 관계는 상호 이익에 바탕을 둔 뚜렷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석유가 이 관계의 가장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반드시 그런 관점에서만 볼 수도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국가통계국 추산에 따르면 중국과 걸프협력위원회(GCC) 6개 회원국간 교역액은 지난 2003년 169억달러에서 지난해 200억달러로 부쩍 늘었다. GCC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중국과 GCC 간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교섭을 시작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계간 학술지 ‘미들이스트 저널’의 편집장 존 칼라브레제는 “경협이 규모와 범위 양면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0년대 수출품이 나일론 스웨터와 실크웜 미사일에 불과했던 중국이 이제는 석유개발, 지하철 건설, 초고속인터넷망 건설 등 중동지역 투자 규모와 범위를 모두 크게 넓혔다는 것이다.
중국의 중동지역 투자 1순위는 무엇보다 석유개발이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안정적인 장기 석유공급망 확보를 위해 과감히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타임스는 지난해 3월 중국석유화학총공사(SINOPEC)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맺은 석유개발 투자건을 대표적 예로 제시했다.
SINOPEC은 아람코와 함께 3억달러를 들여 사우디 인근의 가와르 유전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키로 합의했다. 실패할 위험이 큰 이 계약은 설사 개발에 성공해도 경제적 가치가 적어 당시 분석가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영국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우드 매킨지의 중동 담당 애널리스트 콜린 로시언은 “중국은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해 사우디와 견고한 관계를 유지하길 원했다”면서 “이는 정치적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중동의 경협은 석유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광섬유업체 봉화과기집단은 이란의 초고속인터넷망 사업을 수주했고 국영 TV 제조업체인 해신전자는 이란에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북방공업공사(NORINCO)는 이란 수도 테헤란의 지하철 노선 연장 공사를 수주했고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후아웨이 테크놀러지는 UAE의 이동통신망 개선작업과 사우디의 유럽식이동통신(GSM) 사업을 수주했다.
우드 매킨지의 로시언은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투자 의욕을 내비침으로써 중국은 안정적인 석유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