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미래 한국사회를 이끌 인재를 체계적으로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 ‘과학 리더’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9일 KAIST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이 대학 이공계 학생들이 연구실과 실험실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조직을 관리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최근의 이공계 대학 기피현상을 해소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내의 다른 이공계 대학과 과학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사례=KAIST는 현재 교수 12명으로 팀을 구성, 이공계 대학으로 후진타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배출한 중국의 칭화대와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을 배출한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니크 등의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칭화대는 이공계 전문 교육기관이지만 학생들의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한편 경제 및 경영학도 가르쳐 후진타오를 비롯해 차관급 이상만 300여명을 배출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나폴레옹이 세운 프랑스 최고의 공대지만 정치학과 경제학도 가르쳐 대통령과 장관, 최고경영자(CEO) 등 수많은 지도층 인사를 길러냈다.
▽과학 리더 양성 프로젝트=학교측은 4학기가량에 걸쳐 이수할 6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음달 6일 교내에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학부생 50명을 대상으로 올 여름방학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점차 전교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선발된 학생들은 우선 여름방학 2주 동안 경남 진해시의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해 생도들과 똑같은 강도로 극기력 및 체력강화 훈련을 받는다.
이어 스티븐 코비(‘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의 리더십 훈련과 커뮤니케이션(설득과 대화 기법) 프로그램, 봉사활동, 문화체험, 해외체험 등을 차례로 한다. 리더십 훈련과 커뮤니케이션은 정규 교과목(각 3학점)으로, 극기력 훈련과 봉사활동은 학점을 인정하지 않되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양필수 과목으로 분류했다.
문화체험은 특정 역사인물의 출생지 등을 방문해 그 인물과 시대상황 등에 대해 연구한 뒤 자신과 비교 성찰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외체험은 배낭여행을 하거나 해외 자매 대학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결과를 리포트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학교측은 이에 앞서 지난해부터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명사 초청 리더십 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해 과학 리더 양성의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다.
▽경영 마인드 있는 과학자 육성=KAIST는 또 경제 및 경영 마인드를 갖춘 과학자 양성을 위한 ‘경영 과학(M-Tech)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학교측은 이를 위해 경제학개론, 경영학개론, 마케팅, 회계학, 재무관리, 정보시스템개론, 기업가정신 및 경영전략 프로젝트 관리 등의 과목이 포함된 18학점짜리 ‘공학도를 위한 경제 경영학 시리즈’를 마련해 이를 이수할 경우 부전공으로 인정하기로 하고 학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학교측은 장기적으로 경제학 및 경영학과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학교 장순흥(張舜興) 교무처장은 “현재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된 이공계 기피 현상도 따지고 보면 이공계 출신들이 문과 출신들에 비해 사회적인 성취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과학 리더 양성 프로그램은 이공계 진학을 독려하는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