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과 일본, 동남아경제연합(ASEAN) 10개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경제권의 맹주를 노린다. 이제는 세계에 대해 ‘노’라고 말할 나름의 경제적 실력을 갖춘만큼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들어 더욱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를 발판으로 세계로 나아갈 경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기도 마련할 것이라고 판단, 어떻게든 구상을 현실화시킬 계획으로 있다.
최근 이른바 10+3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해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적극적으로 창설을 주도할 경우 자연스럽게 맹주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우선 국무원 내에 이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전문가 그룹을 결성한 것이 눈에 두드러진다. 이 조직은 향후 구상의 타당성과 추진 가능성 여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할 예정으로 있다. 각국에서 중국으로 파견된 일부 전문가들과 현재 공동으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쯤이면 긍정적 내용을 담은 관련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음달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릴 예정인 동아시아 정상회담을 적극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어떻게든 중국의 위상과 노력을 확실하게 보여줘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의 창설 분위기를 명실상부하게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 ASEAN과의 교류 확대를 위해 광시(廣西)장족자치구의 방청(防城)항을 적극 개발하는 행보는 ‘동아시아무역지대’ 창설에 기울이는 중국 당국의 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진짜 자유무역지대가 창설될 경우 이 항구를 통해 한중일과 아세안간의 긴밀한 경제, 무역 관련 교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밖에도 야심의 실현을 위해 기울이는 중국의 노력은 많다. 아세안 각국에 대한 꾸준한 경제 지원, 공동 자원 탐사 제안등의 협력과 화해를 위한 손짓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중국이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역내의 맹주를 자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컨대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한국과 일본에 대한 설득, 중국과 대체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세안 역내 국가들과의 의구심 불식 등이 우선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만 되면 인구 20억, 역내 GDP 7조6000만달러의 거대 시장은 중국이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더불어 중국이 추진하는 2020년 중진국 진입을 위한 발판 마련이라는 목표도 몇 년이나 앞당겨 실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전순기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