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 지역에서 8년째 시계 제조ㆍ수출사업을 해온 현태식 에코시계 사장은 요즘 공장 확장 계획을 점검하느라 바쁘다. 최근 노동계약법 시행, 가공무역 억제 등으로 "중국 사업이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며 '야반도주'로 불리는 무단 철수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내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현 사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글쎄"라는 말과 함께 입을 열었다.
－노동계약법 시행 등으로 사업환경이 크게 나빠졌는데….
▶인건비가 한꺼번에 30~50% 오른다는 설명은 그동안 노동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다가 갑자기 준수하려고 할 때 생기는 문제다. 에코시계는 그동안 사회보험, 잔업 수당 등을 규정대로 지급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법률 시행에 따른 부담은 별로 크지 않다. 스위스 등지 바이어에게서 주문이 밀려 매년 10%씩 납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원가 상승을 충분히 흡수하고 있다.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어려움은 없나.
▶동일한 생산 방식으로 경쟁하려 하면 이길 수 없다. 텅스텐 재질 부품은 중국 진출 당시 20위안 하던 것이 지금은 단돈 1위안에 납품된다. 한때 광둥성에 진출한 한국 시계 제조업체가 200여 개에 달했으나 지금은 30여 개로 축소된 이유다.
－에코시계의 경쟁력은.
▶스테인리스ㆍ텅스텐으로 제작하던 시계 본체 재질을 4년 전 '지르코늄 세라믹'으로 바꾼 것이 열쇠다. 전 세계 물량의 70%를 공급하던 일본 업체가 우주산업에 공급을 늘리면서 시계산업에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재빨리 포착했다. 현재 스위스 등 명품 시계에 지르코늄 세라믹의 50%를 에코시계가 공급하고 있다. 에코시계는 중국ㆍ한국에 등록한 특허가 6건이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에 등록한 특허도 2건을 보유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이나 디자인을 보유해야만 중국 기업들과 승부할 수 있다.
－향후 성장전략은.
▶3월에 공장을 확장 이전한다. 직원 수도 150명에서 350명으로 늘린다. 1999년 중국 진출 당시 300만달러 정도였던 연간 매출액은 현재 1000만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거의 100% 수출하고 있는 제품을 앞으로는 중국 내수시장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노무ㆍ환경 등 각종 규제가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중국 기업, 외자 기업에 모두 적용하는 규제다. 공정하게 시행되기만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중국 노동계약법을 자꾸 언급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지급하고 있는 퇴직금, 사회보험금 아니냐. 건물 임대료도 2001년에 비해 현재 2배 정도 높아졌지만 당연히 대비했어야 할 변수다.
한편 강희방 선전한국상공회 회장은 최근 홍콩ㆍ대만ㆍ한국ㆍ일본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철수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섬유 완구 등 주로 노동집약적 가공무역산업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국 관련 법률을 준수해온 대기업들이나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중국이 계속 유치활동을 벌이는 첨단기술ㆍ환경ㆍ에너지 분야에서는 오히려 시장 확대로 인한 중국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의류 완구 등 가공무역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과 차별화된 기술ㆍ디자인ㆍ생산 공정을 지닌 기업들은 여전히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인건비만을 겨냥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더 이상 설자리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