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커녕 강도 구경하기 힘든 곳이 바로 베이징이기에 과거에도 이 자리는 바다가 아니었다. 여기에서 바다는, 바다 같은 호수 즉 이화원의 서해와 남해 원명원의 복해를 가르키는 것으로 황제를 위한 정원안의 호수를 뜻한다고 한다. 서태후는 해군력을 증설할 예산을 이화원 확장에 썼다고 하니 호수라고 해도 가히 바다에 견줄만한 깊이와 크기를 자랑했을 것이다.

2008년 중관촌의 중심 거리에서 시야를 넓히면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 '해룡대루(海龍大屢·대루=빌딩)'와 '태평양(太平洋)'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관촌을 대표하는 두 건물도 모두 바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 중국 IT 산업의 요람

해룡대루와 태평양은 종합전자상가다. 이 곳에서는 최첨단 IT장비와 컴퓨터, 정보 통신 설비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에 달한다. 현지 기업들의 제품이 애플의 아이팟 같은 다국적 기업 제품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다.

중관촌은 해룡과 태평양 같은 전자상가 외에도 중국과학기술원 산하 200여개 연구소와 총 1만95000개 기업들이 몰려 있다. 지척 거리에는 중국 최고의 명문 칭화대와 베이징대, 인민대가 있다. 명실상부한 산학연 클러스터의 모습을 갖췄다.

중관촌은 한 곳에 서서는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한데 모두 해정원과 풍태원, 창평원, 전자성 과학기술원, 역장 과학기술원 등 다섯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중심인 해정원은 전자상가와 과학촌(사이언스파크), 상지정보산업단지 등 세 지역으로 다시 나뉜다. 몇 군데 들러보고 중관촌을 다 봤노라고 해선 곤란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덕 연구단지가 산(産)이 부족한 학·연(學硏)의 클러스터적 성격이 짙은데 비해 처음부터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해 산학연의 균형이 고른 편으로 알려져있다.

20년 역사의 중관촌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중관촌관리위원회의 샤잉치 주임은 "중국인들은 모든 공공기관과 개인들이 이용하는 컴퓨터와 핸드폰 등이 중관촌내 기업의 연구를 통해 시장에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중관촌이 가진 경쟁력은 단적으로 표현하면 집적 효과다. 중국 최고 명문 대학과 연구, 교육기관이 몰려 있는 것이 하드웨어라면 과학자와 학생 등 고급 인재는 소프트웨어다. 중관촌에는 국내외 기업과 외국 지도자, 국내 지도자 등이 상시로 방문하며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한다.

이 곳에 있는 기업 중 상장된 기업은 지난해 연말까지 총 106개 기업이며, 지난해 한해 동안만 20개 기업이 주식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상장 기업 중 절대 다수는 IT 관련 기업인데, 주로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업체 등이다. 최근에는 바이오테크놀로지와 클린테크놀로지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입주가 늘고 있다고 한다. 총 1만9500개 기업이 입주했고 이 중 외국 기업은 2000개, 70%는 IT 관련 기업이다.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정책의 일환으로 4대 경제특구를 실시하면서 가장 먼저 선전을 개발했고 90년대 들어서는 상하이 푸둥지구에 공을 들였다. 21세기 미래 중국 경제를 등에 짊어질 곳은 바로 중관촌이다.

중관촌은 중국이 빠른 시간 안에 이동통신과 컴퓨터, 인터넷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기린아로 떠오를 수 있었던 힘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해답을 알려주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