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김선희 기자] “인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13억 인구대국을 인재강국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먹고 살 만한 수준) 사회 건설을 위해 인재 문제가 관건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노동력 대국에서 인재 강국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은 전문 고급 인재의 부족이 경제, 정치, 문화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방해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특히 첨단산업 분야의 고급 인재 양성과 엘리트 인재 양성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믿고 인재 디자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장장고과기원구(張江高科技園區), 첨단 산업인재 양성 기지로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지구 내 첨단과학기지인 장장고과기원구. 중신(中芯.SMIC), 그레이스반도체(GDMC), 상하이베링 등 중국 최대의 반도체 업체와 성다(盛大)네트워크, 디주청스(第九城市) 등 온라인게임 회사, 그리고 각종 첨단산업 기업들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입주 기업들은 모두 800여개로 전체 인력이 7만8000명이며 이 중 절반인 3만5000여명이 인재로 육성되고 있다. 1999년 말 상하이 시 정부는 첨단과학기술개발지의 메카를 만들기 위해 ‘쥐자오장장(聚焦張江)’이란 이름으로 고급 신기술 산업군을 원구에 총집합시켰다. 상하이 시는 특히 개발 초기부터 “인재 고급 지역으로 만들어 산업능력을 업그레이드하자”며 인재 프로젝트를 세우고 원구 내 인재 환경 개선에 힘썼다. ‘과교흥시(科敎興市.과학기술과 교육을 통해 상하이시를 발전)’가 모토인 상하이 시는 원구를 기점으로 이공계 인재 유치에도 나섰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고학력, 고직함, 고소질’의 산업 인재 집합지로 육성된 장장고과기원구 내의 인재 밀도(매 100명의 인구 내 인재 수)는 45.5%에 달했다. 원구 내 인재는 나이가 어리고, 남성의 비율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35세 이하 젊은 인재의 비중은 전체의 80% 이상이었으며, 성별비는 남성이 여성보다 2.4배 정도 많다. 해외 유학파, 홍콩 및 마카오 출신, 2개 이상의 학위 및 정수 특수 기관 수료 등의 고급 인재들이 많고 대다수가 기업 경영 관리 및 기술 연구의 전문인력들이다.
장장원구는 오는 2010년까지 직접회로, 소프트웨어, 인터넷 산업 등을 첨단기술 산업화의 핵심 항목으로 정하고 집중 개발한다는 중국 정부의 ‘11.5계획’을 이어받아 전자, 소프트웨어, 인터넷, 생물의약 등 주도 산업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인재들의 산업분포는 소프트웨어, 연구 및 실험, 통신.컴퓨터.전산 설계, 컴퓨터 서비스업, 생물의약 제조업 등 5개 영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 최대 규모의 메모리칩 파운드리 기업인 중신과 훙리(宏力)반도체를 끌어들이면서 60개 산업이 연쇄적으로 원구에 들어 왔으며 8000여명의 각종 전문 인재도 함께 입성했다. 이 분야의 인재 밀도는 78.9%에 달한다.
사회과학원의 왕훙샤(王紅霞) 연구원은 “상하이 시는 원구를 통해 실전 경험이 부족한 대학 졸업생과 해외파 고급 인재를 동시에 끌어들여 해외파 인재들의 신지식을 자연스럽게 젊은 인재들에게 전파시키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원구 내 약 80%의 인재들이 전문적인 능력 업그레이드 훈련을 받았다. 이들은 주로 경영관리, 컴퓨터 정보, 신법규 및 정책, 외국어, WTO 지식 등을 공부했다. 95%가 재교육의 효과를 봤다고 응답했다.
상하이 시의 젊은 청년들은 “장장에 와서 구직을 하고, 장장에 와서 창업을 하고, 장장에 와서 성공을 찾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들은 이 원구 안에서 중국의 인재 전략, 발전의 기회, 시장 전략 등을 발견한다. 중국은 장장고과기원구라는 핵심 인재 집합소를 통해 개개인과 국가 역량 모두를 극대화하고 있다.
▶“교육계여, 엘리트를 키워내라”=
첨단산업 인재 육성 외에 중국의 또 다른 인재 전략은 엘리트 육성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경쟁을 지향한다. 특히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장경제적인 교육을 지향하고, 기업 창업자 및 국가 지도자 등 엘리트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체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1999년 ‘21세기를 향한 교육진흥행동계획’을 발표하며 대학 교육의 확대를 도모하고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도 했지만 중국 공산당은 대부분 엘리트 위주의 교육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엘리트 육성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정책은 바로 ‘중점학교’다.
중국은 사회주의 건국 초기인 1950년대부터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국가가 지정해 특별 지원하는 중점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극단적인 평등을 내세웠던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 시기에 잠시 폐지시켰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오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중점 프로젝트는 211공정, 985공정, 111공정, 11.5계획 등이다. ‘211공정’은 최고급 인재를 키우기 위한 전략 프로젝트로 21세기에 100개 대학을 중점 육성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중점대학으로 선정된 100개 대학에 벌써 1조5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었으며 지방정부와 대학 등도 별도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10여개의 세계 수준 대학만을 소수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985공정의 정식 명칭은 ‘세계 일류대학건설 프로그램’으로 1998년 5월 베이징(北京)대 개교 100주년 때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연설에 따라 미국 하버드와 같은 세계 일류대학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세계 일류대학을 목표로 지정된 칭화(淸華)대, 베이징대와 국내 일류대학을 목표로 선정된 난징(南京)대, 푸단(復旦)대, 자퉁(交通)대, 과기대 등 9개 대학에 중점 지원된다.
해외로 인재를 보내고, 그 인재를 다시 끌어와 쓰는 것도 중국 인재 전략 중 하나다. 중국은 연어프로젝트(해외유학인원 귀국 11.5계획)를 통해 개혁.개방 이후 해외로 나간 인재들을 다시 중국으로 끌어왔다. 해외파 60후(後)를 끌어옴과 동시에 80후 인재들은 해외 선진국으로 유학을 보낸다.
중국은 2011년까지 매년 5000명의 대학원생을 외국 일류대학에 국비 유학생으로 파견하기로 했다. ‘국가 고(高)수준 대학원생 국비유학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 역시 베이징대, 칭화대 등 49개 국가 중점 대학 박사과정의 엘리트만을 골라내 미국 유럽 일본 등의 100개 우수 대학으로 유학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