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하이(上海)의 동남쪽 30㎞ 바다 한가운데 양산(洋山) 선수이(深水)항의 1 단계 공사가 끝났다. ‘아시아의 물류 허브’를 노리는 중국의 야심작이다. 공사는 4년 전에 착공됐다. 2020년에 최종 완공되면 현재 우리 부산항의 세 배 이상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항구가 건설될 예정이다. 우리도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신항(新港) 공사에 들어갔다. ‘아시아의 물류 허브’를 놓고 양산항과 우리 신항은 불꽃 튀기는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현재 계획으로는 양산항은 50 선석(船席)이 목표이고, 우리 신항은 30선석이 목표이다.
중국의 동부 해안은 얕은 수심 때문에 중국으로 향하는 대형 화물선들의 접안이 힘들어서 부산항, 고베항, 가오슝(高雄)항에서 보다 작은 화물선으로 옮겨 실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수심 15m 이상의 양산 선수이항이 개항되어 상하이는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돼 아시아의 경제중심,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상하이는 금융, 상업, 무역의 중심도시로, 해외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는 도시로, 홍콩을 대체하여 중국의 비즈니스 센터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중국인들은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시안(西安)으로, 현재를 보려면 베이징(北京)으로, 미래를 보려면 상하이로 가보라”고 말한다.
중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 대만, 홍콩, 미국의 투자자들은 상하이로 몰리고 있다. 대만 기업인들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부근의 장쑤(江蘇), 저장(浙江)지역에 거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대만 기업인들이 상하이로 몰려가는 바람에 대만의 골프장이 텅텅 비었다”는 말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포천지(誌)가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글로벌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이미 상하이에 진출해 있다. 또 1백여개의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본부를 이미 홍콩에서 상하이로 옮겼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가운데 중국에 재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 역시 상하이다.
상하이를 중국사람들은 ‘룽터우(龍頭•용머리)’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중국 전체 평균의 네 배를 넘고, 경제 성장률은 중국 전체 평균 성장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또한 중국 최대의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중국 대외교역의 20% 이상이 상하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조업의 생산기반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착착 구축돼가고 있다. 그런 상하이가 이제 양산 선수이항의 개항으로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중국경제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금융부실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상하이를 용의 머리로 삼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자기가 낳은 자식 빼고는 모든 것이 가짜”라는 중국인들의 푸념이 상하이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유명한 상하이의 짝퉁 시장도 최근 폐쇄하기 시작했다. 상하이 끝자락 린장(臨江) 개발구에서 양산 선수이항으로 웅장하게 이어져 있는 둥하이 다차오(東海大橋)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로 비상하는 용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리 한국이 경쟁력 있는 산업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동북아 경제중심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바닷바람을 받으며 얼굴을 두 손으로 문질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