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 교통대학 학생 후멍은 연초가 되자 대학 행사에 참석하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두꺼운 사업계획서 한 뭉치를 들고 베이징에 올라왔다. 동료들과 함께 6개월에 걸쳐 완성한 사업계획서에 투자할 투자자를 물색하기 위해서다. 성과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지만 일단 베이징에서 부딪쳐보기로 한 것이다.
후멍처럼 투자자를 찾아나서는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첨단 과학기술, 뉴미디어 업종의 창업 열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IT, 통신, 미디어 등의 분야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또한 창업자금 지원과 벤처 투자 열풍도 다시 점화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방문도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자 중에는 구글에 최초로 투자했던 ‘세계 네트워크 벤처 투자 제왕’ 존 도어(John Doerr) 등 거물급 인사들도 적지 않다.
지난 2일 베이징에 도착한 KPCB 벤처투자회사 파트너 존 도어는 칭화대학 연설, 중국 언론들과의 중국 인터넷 시장, 인터넷 벤처투자 등에 대한 심도깊은 회견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중의 또다른 주요 목적은 중국 현지 벤처기업가들과의 교류를 통한 투자 기회 발굴이다.
글로벌 벤처투자도 중국에 집중
이를 위해 존 도어는 지난 2일 칭화쯔광 국제 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22명의 중국 벤처기업가들과 약 1시간 30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CNET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 벤처기업가들을 높이 평가한다. 중국의 벤처 기업가들은 상당히 진취적이며, 다른 나라의 벤처기업가들과 비교할 때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수행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이번 회담에 참석한 한 업체에 대해 투자를 이미 결정했으며, 개인적으로는 또다른 한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존 도어는 중국 인터넷 시장에 대해 거대한 기회가 존재하는 시장이라고 언급하며,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급성장세에 있으며, 네트워크 광대역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또 무선 액세스도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선두로 올라선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의 인터넷 산업은 무한한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시장이며, 기회도 많다”고 밝혔다.
그의 눈에 비친 중국의 주요 투자처는 무선 액세스, 통신, 음성 등의 업종이다. 또 어낼러시스 인터내셔널이 최근 발표한 ‘중국 TMT 10대 이슈 업종 투자가치 순위보고서’에서도 검색엔진, 모바일게임, 무선음악, 블로그, 온라인게임, IC 디자인, 모바일 지불 등 7대 업종이 투자가치 상위 순위에 랭크됐다.
한편 존 도어가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증권회사 파이퍼 재프레이 앤 코퍼레이션(Piper Jaffray & Co.)도 베이징에서 중국 인터넷과 기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투자자, 상장 혹은 비상장 인터넷 기업, 통신, 하드웨어 업체 등의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어낼러시스 인터내셔널 부총재 장잉은 CNET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TMT 산업 투자를 골드러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제 2세대 벤처투자자들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 2세대 벤처투자자 그룹 활성화
장잉이 언급한 제 2세대 벤처투자자는 기업 창업이나 발전, 기업 변신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융자와 기업관리 경험이 풍부하고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도 풍부한 창업형 기업가와 전문경영인을 말한다.
이러한 제 2세대 벤처투자자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는 e롱 CEO 탕웨다. 탕웨는 지난 2월 8일 e롱 CEO직을 사임한 후 직접 투자기금을 조성했으며,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업종에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가 조성할 투자기금은 1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탕웨 이전에 벤처투자자로 변신한 인물로는 5년간 톰그룹 CEO를 역임한 왕선을 들 수 있다. 홍콩 윌리스글로벌이 지난 1월초 왕선 명의의 미국 투자 글로벌그룹 석탄 지주회사 주식 25%를 매입했으며, 총 가치는 6625억 홍콩달러에 달했다. 왕선은 이 거래가 완료된 후 윌리스글로벌 주식 7.62%를 보유하면서 윌리스 최대 주주의 하나로 부상했다. 윌리스글로벌은 부동산 투자, 투자 지배주식, 투자 증권 매수 및 주식 브로커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장회사다.
또다른 업계 출신 벤처투자가로는 IDC 파트너 저우훙이가 있다. 야후차이나 전 사장을 역임하고, 3721사를 설립하기도 했던 저우훙이는 최근 엔젤투자기금을 설립했다. 이밖에도 시나닷컴 전 COO 린신허, 소후 전 COO 구융창, 금융계 전 CEO 닝쥔 등이 기업가에서 벤처투자가로 변신했다.
업계 출신 임원들의 이러한 벤처투자그룹 합류에 대해 존 도어는 “이미 성공을 경험한 기업가들이 창업투자자로 변신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스스로의 경험이 풍부하고, 이러한 경험이 모두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상관성을 갖고 있는 매우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낼러시스 인터내셔널 부총재 장잉도 제 2세대 벤처투자가들의 상업적 도덕성은 중국의 투자금융자본 시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성공한 금융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실제 기업운영에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이들의 벤처투자그룹 편입은 중국의 창업자들에게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장잉은 “왕이, 소후 등의 고위 임원들이 월스트리트 관계자들이 중국 기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의 관념과 중국 현지의 관리 인재 및 관리 방법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제 2세대 벤처투자자 활성화는 투자계와 산업계의 이러한 간격을 타파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