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8일, 중국발 황사가 한반도 전역을 뒤덮었다.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첨단제품을 제조하는 공장들은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마치 중국 경제가 한국 산업을 위협하는 것처럼 황사는 몰려왔다.
농수산물, 중저가 가전제품 및 철강제품 등이 한반도를 공격하며 국가경제를 흔들고 있다. 92년부터 본격적인 대외개방의 길을 걷기 시작한 중국 경제가 15년도 안돼 한국 턱밑까지 추격했다.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도 중요하고, 지근거리의 13억 시장을 놓칠수도 없다. '중국과의 한 판 승부'가 국내 기업들의 명암을 가르고 있다.
◇중국 위협은 현실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충격적인 보고서 한편을 내놨다. 중국 제품의 점유율이 확대될 수록 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게 요지.
KDI는 “한국의 세계시장 1위 수출품목은 1980년 12개에서 2003년 9개로 줄어들었고 그 기간에 중국의 세계시장 1위 수출품목은 ‘無’에서 116개로 늘어났다”는 분석했다.
이같은 현상은 현실화되고 있다. 그간 한국 시장을 위협해온 중국산 상품은 농수산물과 같은 1차 상품과 속옷, 양말 등 경공업 제품이 대부분.
하지만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액정화면(LCD) TV 등 첨단 가전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가전업체 하이얼(Haier)은 앞으로 5년 안에 한국 내 3대 가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품질은 국산보다 떨어지지만 가격은 20% 이상 싸다. 하지만 품질도 조만간 역전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이동통신과 단말기 기술 격차는 2~2.5년이지만 2010년에는 CDMA가 1.5년, 통신장비 분야가 0.5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업체는 중국산 저가제품으로 인해 홍역을 크게 앓고 있다. 황금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물밀 듯 들어온데다 저가 공세라는 이중 압박에 시달리며 영업 실적이 상당폭 하락한 것.
환율, 유가, 원자재 등 3중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도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미 생산능력에서 2003년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중소형차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부가가치가 살 길 = 외국인 직접투자액 세계 1위와 외환 보유액 1위가 말해주 듯 중국은 전세계 투자자금을 빨아들이는 동시에 기술면에서도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석유화학, 가전, 섬유, 통신기기는 이미 우리나라와 기술격차가 95% 안팎까지 따라와 있고 2010년께는 거의 전산업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산업은행은 분석하고 있다.
재계는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중국의 경제 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정보통신(IT) 및 금속, 선박 등 주요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기술 개발->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시장 점유율 유지'라는 선순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가 정착돼야만 중국 기업들과 일정한 격차를 유지하며 앞서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의 내수시장을 장악해 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